황혼의 삶과 보람 |
2000년을 새롭게 맞이하면서 새로운 천 년이라고 기쁨과 희망으로 설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을 훌쩍 뛰어넘어 가려는 2009년 12월의 마지막 카렌다가 퍽 외로워 보인다. 지나간 세월은 말없이 강물처럼 흘러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겠지...
지난 10년을 뒤돌아본다. 지난 10년은 내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랑하는 아들 둘이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둥지를 지어 독립해 나가고, 낡은 둥지에는 영감, 할멈만 남게 되었고 그동안 가장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던 사회생활에서 은퇴하여 자유인(?)이 되기도 하였다.
직장에서 퇴직 후 한동안 무료함과 남는 시간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때도 있었고, 먼저 퇴직한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도 하고 술도 마시며 퇴직 후 사회생활에 적응하려고 갖은 애를 써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직장생활에 매여 다람쥐 채 바퀴 돌 듯 하던 생활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소리도 들려왔다. 푸른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운 색깔도 눈에 보이고, 갈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며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젊어서 해 보고 싶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던가...(?) “그런데 뭐가 제일 해 보고 싶었지(?)” “그래,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찾아보고 취미를 살려 또 다른 세상을 개척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제일 먼저 선택했던 것이 여행과 사진촬영이었다.
봄이면 철쭉꽃이 만발한 산들과 여름이면 조용한 숲과 바다로 가을이면 억새 물결과 단풍이 아름다운 산으로 가고 겨울이면 눈 쌓인 겨울 산과 바다를 찾아다니고 철새도래지를 찾아 가창오리 떼의 군무와 비상하는 청둥오리들을 향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곤 하였다.
아내랑 승용차를 이용하여 제주를 포함한 국내여행도 다녔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을 끼고 부산을 거쳐 남해안을 지나 목포에 이르고,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서 해안도로 일주와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이어지는 한라산 등반을 하고 다시 목포로 나와 내륙지방을 지나 서울까지 돌아오는 데 15일이 걸렸다. 식사 때가 되면 그 지방의 특산물을 곁들인 식사와 시골 길가의 민박을 이용하며 민박주인과 막걸리 사발도 비우곤 하였다.
그리고 이웃 국가인 일본과 중국의 관광지와 그들의 풍습을 체험해 보았고, 아내 회갑기념으로 서유럽 7개국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일벌레처럼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 심리였는지도 모르지만, 여행은 즐거웠으며 세계는 넓고 수많은 볼거리와 음식, 문화와 역사를 체험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여행은 마음을 살찌우게 하고 뒤를 돌아보게도 하며,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과 여유를 갖게 해 준다는 말이 맞나 보다. 퇴직 후 변화된 생활로 방황하던 마음도 가라앉고 해야 할 일과 미래에 대한 계획들이 머릿속 생각에서 가슴으로 옮겨 오면서 하나하나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소외되고 힘든 실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 미력한 힘이지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목표를 설정하고 방법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실버들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인터넷신문인 ‘실버넷뉴스’를 알게 되었고 교육과 심사와 수습기자과정을 마치고 일선에서 기자로서 활동하며 작지만 소중한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치닫는가 싶더니 노령화 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문명의 발달과 점차 향상되어가는 노인복지와 높아진 삶의 질로 남녀평균수명이 80세가 되었다고 한다. 자살이나 사고로 사망한 인원을 공제하면 더 오래 수명이 길어지겠지만 연장된 수명으로 4가지 고통(貧苦, 病苦, 孤獨苦, 無爲苦)으로 더 힘들어하는 노인들이 많아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노인으로 분류되는 나이 이지만, 아직은 고통받는 실버들을 위한 젊은이고 싶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실버들에게 읽을거리와 희망을 전달하기 위하여 오늘도 땀 흘리는 실버넷뉴스의 기자들과 함께 더욱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느끼는 짜릿한 성취와 행복감을 체험하면서 황혼의 삶 속에 보람을 찾아야 하겠다.
실버넷뉴스 오건이 기자 dhararioh@silvern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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