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122세 할머니의 장수비법
(순창=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유달리 장수(長壽)에 관심이 많았던 조선 11대 왕 중종은 전북 순창에 사는 122세의 조씨(趙氏) 할머니의 장수 비결이 몹시 궁금했다.
중종은 조 할머니를 만나 장수의 비법을 직접 듣고 싶었으나 나이가 많은 탓에 거동이 불편해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예조에서 똑똑한 김시원을 뽑아 순창으로 내려 보냈다.
순창에 122세의 할머니가 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방방곡곡에서 그 비법을 알고자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모두 허사였다. 아무리 많은 재물도 장수 비법을 살 수 없었다.
조 할머니의 아들 마행곤(馬行坤)이 낸 3개의 문제를 맞힌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행곤은 임금의 명을 받고 내려온 김시원에게 "사람의
천기누설 에 해당하니 아무에게나 쉽게 가르쳐 줄 수 없소. 만약 당신이 내가 낸 3가지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당신은 자연히 답을 얻게 될 것이오"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었던 문제를 냈다.
첫 번째 과제는 조 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먹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김시원은 궁리 끝에 다음 날 아침 쟁반에 물을 한 사발 떠가지고 갔다.
결과는 '딩동댕'이었고 그 이유를 묻자 김시원은 "순창의 옛 지명은 옥천이라 하여 물이 맑은 곳이어서 이를 오래 마시면 몸이 윤택해지고 모발이 희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들은 빙그레 웃으며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전에 물을 드신다"며 "여기까지 맞힌 사람들은 많다"며 두 번째 문제로 이어갔다.
한때 조 할머니는 육종(암)에 걸린 적이 있는데 이를 치료한 약이 순창에 있으니 찾아오라는 문제에 김시원은 느닷없이 밥상을 들고 나타났다.
밥상의 보자기를 걷어내니 그 상에는 흰죽과 된장을 이용한 탕, 고추, 고추장, 무장아찌, 호박무침뿐이었다.
김시원이 "이 고을에서 며칠 머물며 보니 80세 넘은 노인들이 많았고 그들이 끼니마다 먹는 것이 바로 이런 음식들이었소.
음식을 숙성시키면서 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니 보약보다 무엇이 못 하겠소. 그리고 소식하면서 배부르게 먹기에는 밥보다는 죽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말하자
아들은 "어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흰죽을 먹었으며 병이 난 뒤에도 흰죽과 채소만 드셨고, 그래서 병이 나았다"며 무릎을 쳤다.
마지막 과제는 생각보다 쉬운 듯했다. 그저 마씨 가족들이 노모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마씨 가족은 4대가 함께 살고 있어 식구만 해도 30명이 넘었다.
며느리는 떡을, 둘째 아들은 비녀를, 손자는
천자문 을 읽어 드렸다. 가족들이 노모에게 주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어서 김시원은 도대체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증손자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노모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웃음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김시원의 뇌리를 '탁'하고 스쳤다.
그는 다음날 매실 하나를 들고 노모를 찾았다. 아들은
"그대가 가져온 답은 매실입니까?"라고 물었고, 김시원은 "아닙니다. 제가 가져온 것은 효(孝)입니다"라고 답했다.
아들은 "맞다"며 "아무리 귀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 있으면 무엇하겠습니까? 자식이 효를 다해 부모가 걱정이 없다면 신선도 부럽지 않고 마음이 편안하니 천수를 누리는 것입니다"라며 김시원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김시원의 지혜로 조씨 할머니의 장수 비법은 세상에 드러났다. 결국, 순창의 맑은 물과 발효 식품 소식(小食), 그리고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효(孝)가 바로 장수의 비법이었다는 옛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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