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유도 60kg 급에서 뜻하지 않게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팀에 1호 금메달을 선사한 최민호 선수의 눈물이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왕기춘 같은 유망 선수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최민호는, 다섯판을 모두 한 판으로 장식하며 제 2의 '이원희'로 거듭났는데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 동안의 고생과 회한이 최민호의 가슴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그의 금메달보다 그의 눈물과 땀에 더 박수를 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최민호와의 결승에서 지고도 오히려 최민호를 안아주고 등두드려 주던 오스트리아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의 동료애와 올림픽 정신이 지구촌 모든 인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오스트리아 선수 역시 금메달을 꿈꾸었을 것이고, 패배가 아쉬웠을 것입니다. 파이셔 선수 역시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꿈을 꾸었겠지만, 그는 패배를 인정했고 하나의 세계를 위한 올림픽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무도는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정신수양'을 위함 이라는 무도의 정신까지 멋지게 구현했습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건 자유형 400m 결승전 후에도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옌센 라르센(젠센 라센) 선수가 박태환에게 축하를 전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었습니다. 승부를 가릴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가 나온 후에는 승복하고 서로 축하하는 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입니다. 한국 여자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내준 중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 역시 패배가 아쉬운 듯 했지만, 자신들의 한국인 감독에 대한 예우와 한국 양궁에 대한 경의를 지켰고 승리를 축하해 주었죠.
선수과 관중들의 아름다운 올림픽 정신이야말로 올림픽을 빛내고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 주는 힘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대접받고 박수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 선수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의지가 약한 것일까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을 지키고 페어 플레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승부욕이 없는 행동일까요? 승부에만 집착하는 한국 스포츠는 이제 자성을 해야 할 때이고, 성적에만 관심 갖는 국민들의 의식도 돌아볼 때입니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생각보다 무력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웠죠. 하지만 이탈리아가 워낙 강팀이고 우승후보로서 단연 돋보이는 팀이기에 패배에 대해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런데 정작 우리를 실망시킨 것은 한국 올림픽 대표 축구팀 선수들의 자세였습니다. 승부에만 몰입해 올림픽 정신을 망각하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남발하던 대표팀의 여러 행태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고 그래서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심판이 보지 않는다고 상대 선수에게 폭행을 가했고, 비신사적인 반칙을 남발했습니다. 어떻게서든 만회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며 우왕좌왕하고 반칙을 남발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던 이유입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은 4강에 진출했을 뿐만 아니라, 개최국 대표팀으로서 매너를 지키고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 상'까지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축구팀은 실력에서도 졌고, 매너에서도 졌습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정신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입니다. 올림픽의 기본 정신은 세계 평화와 친선의 도모입니다. 물론 그 속에는 승부가 있습니다. 출전 선수들과 팀, 국가 모두가 승리를 꿈꾸고 메달을 꿈꿉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올림픽 정신이 먼저이지 이기는 게 최대 목표는 아니라는 말이죠.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복싱팀 코치는 우리 선수가 판정패하자 단상에 올라가 행패를 부렸습니다. 승부에만 목을 메던 우리의 자화상 때문에, 우리의 4위 달성은 빛이 바래고 말았습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미국 조직위원회의 횡포가 분노를 사고, 안톤 오노가 비난 받았던 이유 역시 페어플레이라는 '올림픽 정신의 망각' 때문이었습니다. 2004년 올림픽 8강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최선을 다 한 후 눈물을 닦으며 파라과이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하던 '이천수'의 모습이 멋져 보인 것도 그가 실천한 '올림픽 정신' 덕분이었습니다.
'메달 못 따도 최선 다하면 되고'라는 로고송이 화제를 낳고 있죠. 금메달이건 은메달이건 '뚝딱'하면 나오는 보물이면 좋겠지만, 죽을 힘을 다해도 대부분의 선수는 메달을 딸 수 없는 것이 올림픽 경기입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라는 말을 우리는 보통 비아냥처럼 여기지만, 그것이 올림픽 정신의 요체입니다. 전체 205개 참가국 중에는 '동메달' 하나에도 감격하고 축제를 벌이는 나라가 부지기 수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충분히 자랑스럽고 감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 톱 10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런 성적에 걸맞은 여유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추어 세계인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세계 톱 10 안에 든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축구 실력을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8강이니 4강이니 자신하던 모습이 경솔했고 무책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전 패배로 한국 축구팀의 8강 진출 실패는 거의 기정 사실이 된 듯 합니다. 우리의 8강 진출이 이탈리아의 발에 달렸지만, 그들에게 오히려 악감정을 심어주었으니 경솔해도 한참 경솔한 행태였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제부터 국민들에게 보여줄 모습은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고, 페어플레이를 지키는 모습입니다. 결과는 그 다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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