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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와그림

*설향* 2007. 11. 15. 20:25

 닥터 상떼에서 퍼온 시와 그림<이의웅의 자화상>

 

시/조각/그림

조회 (73)
회화/조각/서예/공예 | 2005/08/21 (일)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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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

좋은 그림도 마찬가지...^^
머리에 흙먼지만 쌓이는 도시의 곤궁한 삶에
영혼의 귀족들과의 만남...



이종빈/무제/2000/120 x 85 x 20/혼합재료


"아르카이즘은 복사하기의 반대말이다.
그것은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모든 미술의 적이고,
대리석을 한갖 시체로 만드는 웃기는 짓의 적이다.
아르카익*은 유치하지 않고,
아르카익은 헛된 것이 아니다."

-앙뜨완느 부르델-


97' 개인전 전시 광경


이종빈...어둠을 통과한 희망의 시선-그 불편한 아름다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
'살(生)맛'을 '살(肉)맛'으로 에로 버젼으로 웃기던
조각하는 친구의 대학 은사...이종빈 선생님^_^
우리 대중들이 그러하듯 '솔거 컴플렉스'의 망집에 갖혀있던 학생들에게
희망(?)을 준 조각가...


바람타는 나무 아래서 온종일 정물이 되어 서있는 남자
정물이 되지 않기 위해 새들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고전적인 늑골을 들고 서있는 남자
벽돌집 한 채를 사기에는 형편없이 부족한 시를
밤 늦게까지 쓰고 있는 남자
아파트 건너집 주인 이름을 모르는 남자
담요 위에 누워서도 별을 헤고
백리 밖 강물소릴 듣는 남자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개울물에 발이 빠진 남자
주식시세와 온라인 계좌를 못 외는 남자
가슴 속에 늘 수선화같은 근심 한 가닥 끼고 다니는 남자
장미가시에 찔려 죽을 남자
거미줄같은 그리움 몇 올 바지춤에 차고 다니는 남자
민중시인도 동서기도 되기에는 부적합한 남자
활자보면 즐겁고 햇살보면 슬퍼지는 남자
한 아내를 부채로만 살아가는 남자
가을강에 잠긴 산그늘같은 남자
버려진 빈 술병같은, 지푸라기같은 남자
서정시를 쓰는 남자

-서정시를 쓰는 남자/이기철-




이종빈/자소상/1985/31 x 31 x 22/브론즈


수선화로 귀화(歸花)할 남자의 운명에도
서정은 눈물이 살아있음을 일깨운다...



이종빈/인간80-Ⅱ/1980/지름1.2m/폴리에스터


머리엔 곡예하듯 삐에로...입만 살아
골동품처럼
묵비권을 행사하며 삶을 버티기
돌보다 무거운 침묵으로 살아남기!



건물이있는 풍경 _Ⅰ/1985/55 x 29 x 25/대리석


국적없는 도시의 현란한 광고탑에 가려있지만
비상구는 있다,
은신처를 거쳐 바다같은 안식에 이르는...



나무가 있는 흉상/1985/75 x 45 x 26/브론즈에 채색


사랑을 팔고사는 꽃바람 속에서도
헐벗은 나무 하나
가슴 속에 품고 산다
청포도 같은 '살(生)맛'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꿈을 꾸며...



여인 흉상_Ⅱ/1985/60 x 50 x 27/합성수지에 채색


한 여자의
잘못된 얼굴 하나
오래도록
새벽 하늘에 떠 있다




남자 흉상/1987/높이50cm/대리석


희미한 기억의 배경으로
두 눈감고 젖어 들어가면
벌거벗은 기억들이
아직도
내장을 드러낸 채 춤을 춘다




기생/1987/높이1.3m/나무+아크릴+색연필


무엇으로 달래나
더러는 뜯어지고
더러는 바스러져
온전하지 않은 옛 사랑 몇 개
빈 손으로 여전히
신열을 내며 허공을 떠도는구나

달빛도 지친 창가
담담하게 흐르는 물살 위로
여자의 얼굴이 떨어져 떠내려간다
단 한 번도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가
물살 속에 피를 섞으며
열병을 푼다

새벽이면
별처럼 밤하늘에 다시 매달릴
슬픈 얼굴 하나여.

-그 여자의 자화상/안수진-




아파트 풍경/1989/72 x36x15/여러가지 대리석


깃 털 허옇게 부석거리는
이젠 먹이 찾아
나르는 것도 잊어 버렸다
맑은 날
푸른 창공을 향한
비상의 꿈도 접어둔 체
둥지에 젖은 네 모습
날아가는 새는 그림자도 없다는데
드리워진 그림자 아래
이승의 꿈 곱씹으며
하루의 배설에 눈알 굴리는
깃털 듬성한 네 모습
알 하나 낳고 싶다
무정란

-자화상/이의웅-



'여름'/1987_1988/높이120/대리석


지루한 우기(雨期)가 가을의 문턱을 징벌하는 항구도시
신열과 소화불량으로 천둥치는 내장의 집단파업...
호출한 사랑은 아직 복잡한 미로를 찾아들지 못하고
내 자각상(自刻像)은 '장가계' 바위처럼 닮아 간다



복잡한 머리/1994/90 x 124 x 10 /나무위에 채색 + 와이어


그가 죽었다

시가 그의 꽃이었으나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 한 채
사라졌다, 그는
그의 기억 속에서

저녁 햇빛에 늘어진
등 굽은 사나이의 아스라한 그림자
그것이 그가 남긴 한 편의 시였다.

-자화상/정성수-




여인흉상/1984/40 x 35 x 25/세라믹에 유약채색


이렇게 지난 꿈을 꾸며
그 때를 그리워하며 산다
지혜롭지는 못하지만
신은 나에게
조금은 영리한 머리를 주었나보다
뒷모습을 보려 애쓰는 것을 보면
바보같이 항상 도전하며
살아야 한다는 관념을 깨뜨리지 못한다
더욱 바보같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오만함도 버리지 못한다

-자화상 / 곽유화 -



이종빈/여인입상/1992/30 x 25 x 140/혼합재료에 아크릴 채색


우연히 만난 비탈길의 화원에서
아직 꽃향기에 취해 산다...



꽃향기를 맡는사람/1999/높이 3m/철에 채색


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스케치...


*본래 아르카익 조각은 그리스 고전주의 시대 이전(650-500BC)의 양식화된 조각을 칭하나,
여기서 말하는 아르카이즘은 고전시대의 리얼리스틱 표현에 반하는 소박하며
본질주의적으로 단순화, 양식화 된 작품들을 통칭한다.
예를들면 로댕에 반해 나타난 부르델과 마이욜의 작품을
아르카이즘 조각이라 말하는 식이다.


at 2004-12-11 (sat)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