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 가운데 현재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윷놀이라고 할 수 있다. '사희(柶戱)' 또는 '척사희(擲柶戱)'라고도 불리는 윷놀이는 남녀노소는 물론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로 설부터 대보름 사이의 기간에 전국적으로 행해진다.
이렇게 윷놀이가 계속 놀아지는 것은 윷놀이가 지닌 긴장과 환희, 재미와 같은 놀이적 성격, 그리고 기능과 경쟁·우연성 등과 같은 경기적 성격, 정초에 개인의 신수나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주술적 성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1) 유래과 역사
우리 나라에서 윷놀이가 언제부터 놀아졌는지에 대해서, 이익의《 성호사설》 [사희조]에는 고려 때부터의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수서》 등의 기록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윷놀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윷놀이가 중국의 '격양'이나 '저포'와 비슷하고 몽고의 '살한'이라는 놀이와도 많이 유사하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어느 것이 윷놀이의 원형이라고 단정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아직 윷이나 윷판의 유래는 명쾌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2) 놀이 도구와 놀이 방법
1) 놀이 방법
일반적으로 윷놀이는 개인끼리 또는 여럿이 편을 갈라 윷가락이나 윷쪽을 윷판에 던져 윷이 나온 결과에 따라 말을 쓰면서 어느 편이 먼저 정해진 말수를 모두 내는가를 겨루는 놀이이다.
'쟁두'라 하여 시작에 앞서 누가 먼저 놀 것인가를 정하는데, 윷가락을 던져 더 많이 난 쪽이 선을 잡게 된다. 윷가락이나 윷쪽이 엎어지거나 젖혀지는데 따라 '도'·'개'·'걸'·'윷'·'모'라 하여 명칭과 점수에 차이가 나는데, 대개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그리고 '모'는 말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들 가축의 이름이 이용되면서, 몸의 크기와 걸음의 속도가 윷놀이에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윷놀이는 윷을 잘 던지기만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말판을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한 승리의 관건이다. 남의 말에 잡히지 않으면서 가장 가까운 길로 가되, 자기말끼리 덧놓아 '두동산이(두동문이)'나 '석동산이(석동문이)' 많게는 '넉동산이'를 만들어 한번에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매우 빨리 날 수 있는 것이다.
2) 놀이 도구
놀이를 위해서는 윷, 깔개, 윷판과 말 등의 도구가 필요하다.
① 윷
윷은 가락윷(채윷)·밤윷(좀윷)·콩윷(또는 팥윷)으로 크게 나눌 수 있고, 그밖에 상수리나 도토리·살구씨·은행 등으로도 논다. 가락윷[析柶]은 박달나무·밤나무·통싸리 나무 또는 참나무 등을 대개 한 뼘 남짓한 길이(15∼20cm)의 곧고 둥근 모양으로 2개를 만든 후 반쪽을 내어 배가 약간 불룩한 네 가락이 되게 한다.
이는 다시 작은 윷·중윷(서울윷)·장작윷(장자윷)으로 나눠지는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밤윷은 모양은 가락윷과 같으나 크기가 새끼 손가락 정도로, 나무를 길이 2∼3cm의 밤알만 하게 만들었다 하여 이름붙여진 것이다. 이 윷은 조그만 간장종지 등의 그릇에 담아 손바닥으로 덮어 쥐고 흔들어 바닥에 밤윷만 내던지는 방식으로 논다. 주로 경상도 등지의 남부지방에서 많이 놀며, 서울의 경우 대부분 도박용으로 쓰이며 일반인들의 놀이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콩윷이나 팥윷은 콩이나 팥알의 한쪽에 작은 구멍을 파 앞뒤를 가려보게 만들거나 절반을 쪼개 만든 윷으로, 농민들이 작업하다 잠시 쉬는 사이에 놀았는데, 주로 북부 지방에서 많이 논다.
② 깔개
윷놀이를 실외에서 할 때는 멍석이나 짚으로 만든 깔개를 깔고, 실내의 경우 돗자리나 요를 깔개로 이용한다. 이 때 깔개는 너무 폭신해서 윷이 구르지 않거나, 너무 딱딱해서 밖으로 튀지 않는 것이 적합하다.
③ 윷판과 말
윷판[馬田]은 '말밭' '말판' '윷밭'이라고도 한다. 8절지 또는 4절지 크기의 종이나 판자 또는 흙바닥에 선과 29개의 검은 점을 찍어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점대신 다른 모양이나 내용을 적어 놓기도 한다. 이러한 윷판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첫째, 윷판이 중국의 고사인 "漢沛公西入定關中 … 楚覇王南出潰圍中"이라는 글귀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둘째, 《 조선상고사》 에서 신채호가 주장한 상대(上代) 오가(五加)의 출진도(出陣圖)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셋째, 도·개·걸·윷·모 등이 부여의 관직명인 마가(馬加)·우가(牛加)·저가( 加)·구가(狗加) 등의 가(加)와 유사함을 들어, 당시 부여의 관제(官制)를 본뜬 것이 윷판이라는 이병도의 주장이다.
넷째, 16세기 선조 때 사람 김문표(1568∼1608)가 이규경의《오주연문장전산고》 의 '사희변증설'과 《중경지》 에 보이는 바와 같이, 천지·하늘의 추성(북극성)·28수 등을 본떠 만든 것이 윷판이고, 말의 이동은 해가 움직여 동지·춘분·추분·하지를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위의 견해 가운데 아직 명확히 윷판의 유래를 밝혀내 정설화된 것은 없는 실정이다. 윷판에 올릴 말은 대개 한 편에서 네 개를 가지고 한다. 나무조각이나 돌, 기타 특별히 만든 것을 상대편과 구별되도록 이용하였는데, 윷이 나는데 따라 말을 옮겨 놓는 것을 '말을 쓴다'고 한다. 한편 지방에 따라서는 윷판이나 말 없이 노는 윷놀이도 있다.
평안·함경도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산윷[算柶]' 또는 '보습윷'이라고도 하는 윷놀이는 윷판과 말이 없이 노는데, 산가지나 콩·팥 등을 늘어놓았다 윷을 던져 나온 수대로 그것을 거둬 들여 많이 차지하는 편이 이기는 '산가지 따기' '콩따기' 또는 먼저 다섯 손가락을 다 꼽는 사람이 이기는 '손가락 꼽기'와 같은 방식으로 노는 것이다.
또 영남지방 농민들 사이에서 '벌윷'이라 하여 윷판 없이 그냥 윷가락을 가지고 노는 경우가 있고, 이와는 다르지만 경북 안동지방에는 '건궁윷말'이라 하여 말판을 사용하지 않고 말판을 머리 속에 그려 놓고 그 말판 명칭을 이용하여 윷말을 운영하는 방식 즉 말판없이 서로 말[口語]로 윷말을 쓰는 놀이가 있다.
(3) 윷놀이의 성격
윷놀이는 주로 설부터 대보름 사이의 기간에 행해지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그 밖의 시기에도 놀아진다. 이는 윷놀이가 대동놀이적 성격과 주술적 성격을 모두 지녔기 때문인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놀이 및 경기적 성격
윷놀이는 놀이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내기와 겨루기가 목적이기도 하다. 특히 윷을 가지고 다함께 신명나게 놀았기에, 윷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가 민요로서 각 지방에 전해 오기도 한다.
또한 윷놀이는 놀이적 재미라는 차원을 넘어 협동심 고취, 갈등 해소 등의 효과가 있어, 정초 뿐 아니라 2월 영둥날(경북 영천·예천), 6월 유두(경북 안동, 전남 영광), 7월 백중(전남 광주·담양), 8월 추석(전남 장흥·진도) 등에도 행해졌다. 한편 윷놀이의 경기적 성격이 지나친 나머지 도박성을 띠고 돈내기 등을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성격의 윷놀이로는 '덕대놀이' '모다먹기' 등이 있다.
2) 주술적 성격
① 농사의 풍흉 점치기
황해도 장연지방에는 정월 대보름날 윷놀이를 하여, 그 해 논농사와 밭농사의 풍흉을 점쳐보는 '시절윷놀이'라는 것이 있다. 이 놀이는 씨를 뿌리는 동작이 주제를 이루고 있어 '종군놀이' 또는 '부종군놀이'라고도 하는데, 춘하추동 철에 따라 진행되는 여러 가지 농사일을 노래와 춤으로 엮어서 행한다. 대보름날 아침 마을 청년들을 두 패로 갈라, 한 패에는 '산', 다른 한 패에는 '들'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각 2∼3명의 대표선수를 뽑는다.
선수는 수숫대로 만든 작은 윷으로 놀이를 시작하며, 군중들은 자기편 선수가 가락을 던질 때마다 환성을 지르고 농악대는 잦은 가락을 울려서 분위기를 돋군다. 승리는 미리 약속한 점수를 먼저 따는 쪽에게 돌아가는데, 산패가 이기면 밭농사가, 들패가 이기면 논농사가 잘되며 양편이 비슷한 점수를 따면 두 가지 농사가 모두 풍년이 든다고 한다. 한편 이와 비슷한 놀이가 강원도와 경상도 일부 지방에도 있었다.
② 개인의 신수 점치기
정초에 윷을 노는데, 세 번 던져 각기 나온 결과를 차례로 놓고 그것에 맞는 점사(占辭)를 찾아내 그 해의 신수를 풀어 보기도 한다. 이는 《 동국세시기》 제석조와 《 경도잡지》 원일조에도 보이는데, 점사는《 주역》 64괘로 작괘하여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도·도·도'는 건(乾) 괘에 해당하며 이는 '아이가 어머니를 만난다'는 내용에 해당한다.
1940년 경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조선여행 윷놀이'라는 것이 서울 상가에서 팔렸다고 한다. 일종의 개량 윷놀이로, 윷판에는 승람도와 같이 한국지도를 응용해 지명을 써넣었고, 윷판의 선 대신에 발달된 교통로가, 말 대신에 기선·기차·자동차·비행기라는 네 개의 교통기관이 윷판에 있는 전국의 도시와 명산대찰들을 유람하면서 경주하는 방식이었다.
이 윷판의 지명·산명·사찰명 등은 한글·한자·로마자로 기입되었고, 설명문도 영어와 일본어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는 전통적인 윷놀이의 전승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며, 윷놀이가 앞으로 어떻게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