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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道(원도)~3~한유(韓愈) |

*설향* 2007. 9. 4. 23:14

만일 옛날에 聖人이 없었다면 인류가 멸망한 지가 오래되었을 것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라 깃과 털과 비늘과 껍질로써 추위와 더위에 대처할 수가 없으며,

발톱과 이빨로써 먹을 것을 다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명령을 내는 자이

고, 신하는 군주의 명령을 행하여 백성에게 시행하는 자이며, 백성은 곡식과 쌀과 삼과 실

을 내고 器 皿(기명)을 만들고 財貨를 유통하여 윗사람을 섬기는 자이다.

군주가 명령을 내지 않으면 군주가 된 所以를 잃는 것이요, 신하가 군주의 명령을 행하여 백

성에게 시행하지 않으면 신하가 된 所以를 잃는 것이요, 백성이 곡식과 쌀과 삼과 실을 내

고 器皿을 만들고 財貨를 유통하여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法(佛法)에 말하기를 “반드시 너의 군신을 버리고 너의 父子를 버리며

너의 서로 살게 하고 서로 길러주는 도를 금하여 그들이 말하는 淸淨(청정)과 寂滅(적멸)을

구하여야 한다.” 고 주장하니, 아 ! 그 또한 다행히 三代의 이후에 태어나서 禹王 · 湯

王 文王 · 武王 · 周公 · 孔子에게 축출을 당하지 않았고, 그 또한 불행히 三代의 이전

에 나오지 못하여 禹王 · 湯王 · 文王 · 武王 · 周公 · 孔子에게 바로잡음을 받지 못하였다.

帝와 王이 명칭은 각각 다르나 그 聖이 되는 것은 똑 같고, 여름에는 갈포를 입고 겨울에는

갖옷을 입으며,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굶주리면 밥을 먹는 것이 일은 비록 다르나 그 지혜

가 되는 것은 똑 같다. 그런데 지금 그들(道家)의 말에 이르기를 “어찌하여 太古의 무사함

을 하지 않는가.” 하니, 이는 또한 겨울에 갖옷을 입는 자를 꾸짖어 말하기를 “어찌하여

갈포 옷을 입는 간편함을 하지 않는가.” 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또한 굶주린 자가 먹는 것

을 꾸짖어 말하기를 “어찌하여 물을 마시는 간단함을 하지 않는가.” 라고 질책하는 것과 같다.

傳(大學)에 이르기를 “옛날 明德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루고, 그 마음

을 바루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한다.” 고, 하였다.

그렇다면 옛날에 이른바 마음을 바르고 뜻을 성실히 하는 것은 장차 위하는 바(목적하는바)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에는 그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여 천하와 국가를 도외시

하고 하늘의 떳떳한 도리를 없애버려, 자식으로써 그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으며, 신

하로서 그 군주를 군주로 여기지 않으며, 백성으로 그 일을 일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