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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道(원도)~2~한유(韓愈)

*설향* 2007. 9. 4. 23:11

널리 사랑함을 仁이라 이르고, 仁을 행하여 마땅하게 함을 義 라 이르고, 이것(仁과 義)을

말미암아 가는 것을 道라 이르고, <仁과 義의 道를>자신에게 충족하여 밖에 기대함이 없음

을 德이라 이르니, 仁과 義는 정해진 명칭이요, 道와 德은 빈자리이다.

그러므로 道는 군자와 소인이 있고, 德은 흉함과 길함이 있는 것이다. 老子가 仁義를 하찮

게 여긴 것은 仁義를 헐뜯은 것이 아니요 그가 본 것이 작기 때문이니,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작다고 말하는 자는 하늘이 작은 것이 아니다. 자는 煦 煦(후후·작은 은혜)를

仁으로 여기고 孑孑(혈혈·작은 지조)을 義라고 여겼으니, 그 하찮게 여김이 당연하다.

그들이 말하는 道는 그들이 道라고 여기는 바를 道라 하는 것이요, 우리가 말하는 道가 아니

며, 그들이 말하는 德은 그들이 德이라고 여기는 바를 德이라 하는 것이요, 우리가 말하는

德이 아니다. 무릇 우리가 말하는 道德은 仁과 義를 합하여 말한 것이니, 천하의 公言이요,

老子가 말한 道德이라는 것은 仁 과 義를 버리고 말한 것이니, 한 개인의 私言이다.

周나라 道(政治)가 쇠하고 公子가 별세함에 秦나라 때에 經籍(경적)이 불탔고 漢代(한대)에

는 黃老學이 성하였으며 晉 · 宋 · 齊 · 梁 · 魏 · 隨의 사이에는 불교가 흥행하여, 道

德과 仁義를 말하는 자가 楊朱에 들어가지 않으면 墨翟(묵적)에게 들어가고 老子에게 들어가

지 않으면 佛家에 들어가서 저기로 들어가면 여기에서 나오게 되었다.

들어가는 자를 주인으로 여기고 나가는 자를 노예로 여기며, 들어가는 자를 따르고 나가는

자를 더럽게 여기니, 아 ! 후세의 사람들이 仁義와 道德의 말을 듣고자 한들 누구를 따라

듣겠는가. 노자의 도를 하는 자들이 말하기를 “孔子는 우리 스승의 제자이다.” 하며, 불교

를 믿는 자들도 말하기를 “孔子는 우리 스승의 제자이다.” 하며, 孔子의 학문을 하는 자들

도 그 말을 익숙히 듣고는 허황된 것을 즐거워하고 스스로 격하하여 또한 말하기를 “우리

스승도 일찍이 노자와 부처를 스승으로 삼은 적이 있다.” 하여, 이것을 입에 거론할 뿐만

아니라 또 책에다 쓰고 있으니, 아 ! 후세 사람이 비록 仁義와 道德의 말을 듣고자 한들 그

누구를 따라 찾겠는가. 심하다 ! 사람들이 괴이함을 좋아 함이여. 그 단서를 찾지 않으며

그 끝을 묻지 않고 오직 괴이한 것만을 듣고자 하는구나.

~~黃老: 黃帝와 老子의 淸淨無爲를 주장하는 학설을 이른다.~~~

옛날의 백성들은 네 종류였는데 지금의 백성들은 여섯 종류이며, 옛날의 가르침은 그 하나

에 해당되었는데, 지금의 가르침은 셋에 해당되도다. 농사짓는 집은 하나인데 곡식을 먹는

집은 여섯이며, 기물을 만드는 집은 하나인데 기물을 사용하는 집은 여섯이며, 장사하는 집

은 하나인데 이용하는 집은 여섯이니, 어찌하여 백성들이 곤궁하고 또 도둑질 하지 않겠는

가. 옛날에는 사람을 헤치는 것이 많았는데, 聖人이 나오신 연후에 서로 살려주고 길러주는

방법을 가르쳐 人君이 되고 스승이 되셨으며, 벌레와 뱀과 금수를 몰아내어 中土(중국)에 살

게 하며 추운 연후에 옷을 만들어 주고 굶주린 연후에 밥을 만들어 주며, 나누 위에서 살다

가 떨어지고 땅굴에서 살다가 병들므로 그런 뒤에 宮 室을 지었으며, 공장이를 만들어 器用

을 넉넉하게 하고 장사를 만들어 有無(있고 없음)를 통하게 하며, 醫藥을 만들어 夭死(요사)

함을 구제하고 장례와 제사를 만들어 은혜와 사랑을 조장하였으며, 禮를 만들어 先後를 차례

하고 음악을 만들어 답답함을 펴게 하였으며, 政事를 만들어 게으른 자들을 이끌고 형벌을

만들어 强梗(강경)한 자들을 제거 하였으며, 서로 속이기 때문에 兵符와 玉璽(옥새)와 말과

섬과 저울을 만들어 믿게 하였으며, 서로 빼앗기 때문에 성곽과 갑옷과 병기를 만들어 지키

게 하여, 害가 이름에 이에 대비하고 禍가 생김에 이에 방비 하였다.

그런데 지금 저들(道家)의 말에 이르기를 “聖人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으니,

말(斗)을 쪼개버리고 저울대를 꺾어버려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는다.” 하니, 아 ! 그 또한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일 뿐이다.

夭:일찍죽을 요, 梗:딱딱할 경, 符:부절 부, 璽:옥새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