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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들***/아름다운꽃들

박주가리꽃과 박주가리새

*설향* 2007. 5. 26. 14:49

 

늦가을 오름을 돌다가 박주가리를 만났다.

이제 그 껍질을 터뜨리고 가볍게 훨훨 날아오른다.

보송보송하던 꽃의 솜털은 얼마나 고왔고
갓 달린 열매의 미운 털 같은 돌기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던가

 

몸 한번 추스르지 못하던 헌 집을 부서버렸으니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꽉 막힌 세상을 버리고
저 하늘 끝까지 자유로이 날아다니다
기름지고 양지바른 곳에서 다시 태어날 때는
박주가리로는 태어나지 마라.

 

 

요즘 가을을 타나 보다.

 

평소 일에 묻혀 있을 때는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도
분위기 있는 사물을 볼 때는 어머니와 결부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억지로 정을 떼려고 합리화시키는 건 아닌지 두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차차 잊어질 것을….

 

그 동안 눈물을 덜 흘려서 그랬는지

어제 낮 솔잎에 찔린 눈이 아려 

긴긴 밤을 눈물로 새웠다.

 


♣ 새가 된 꽃, 박주가리 / 고진하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 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 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 어머니를 그리워 함 / 정재영(小石)
   
꽃이 질 때
향기가 더 진동하던 날 되기 전
한번 더 흠향하여 보았을 걸

 

천둥비 내리고
붉은 잎 쏟아 내리던
가을의 고운 단풍 잎새를
더 한번 촉수하여 만져 보았을 걸

 

인과 사랑, 오래 참으심 등
만질 수 없는 고운 것들이
이제야 만져질 때는

 

아! 그분도
꽃처럼
낙엽처럼
흔적 사라지는 것을
잎새부터 알아차려야 했을 걸.

 

 

♬ Into The Light / Fukada Ky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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