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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죽음(실화)

*설향* 2011. 1. 7. 22:48

22:31 http://cafe.daum.net/seul317/90Wn/9683 

아내의 죽음 (실화)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먹고나서 베란다

청소좀 같이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 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 부터

탈출하려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 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세다

 

언제 들어 올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서 술을 마셨다.

 

밤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동안 .

아내에게 몇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 왔다.

아내거 쇼파에 웅크리고 누어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어디 갔다 이제와?

어. 친구들이랑 술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게 얹혀 약좀

사오라고 전화 했는데.....

아...배터리가 떨어졌어 손이리 내봐.

여러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때 같으면. 마누라 한테

미련하다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였다.

 

그냥 엎드린채. 가뿐 숨을 

몰아 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 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장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때 친정 부타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 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 집 가

나는 우리 집 갈테니까

큰소리 친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당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 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 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 정신이야?

여보 지금 만약 내가 없어져도

당신도 어머니도 애들도 사는데

아무지장 없을꺼야.

나 명절때 친정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 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꺼야

당신이 그렇게 해 주길 바랬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이상 손을 쓸수가 없다고
삼개월 정도 시간밖에 없다고
지금 말 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 했다
살며시 다가가고 싶습니다 ...
 문을 열었을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방걸래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 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떻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말도 하지말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였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아이들의 얼굴을
사랑 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 가기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데
 들렸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그러고 싶네 꽃이 많이 펴 있는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걸
해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걸 먹고 비싼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보고
꽃이 피여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이 바쁘면 그냥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 했다.

 

여보 나 당신에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말에 타는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통장 씽크대 두번째 서랍안에 있어

그리고.. 나 생명 보험도 들었거든

제 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 해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께 올해 적금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만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자리에 주저 앉자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 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내어....엉엉.....

눈물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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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었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들어 아내는 내손을 잡는걸 좋아 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고 그랬잖아?

그랬나?

사랑한다 그런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땐 그런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 얼굴 바라보다가

나도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 햇쌀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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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연말 까지 미룰것 없어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 하실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여보?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제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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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다는 말 너무쉽게 하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이글을 뒤적이게 만들더군요

사랑 그 어떤 말보다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글귀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랑을 주고 받는 순간만큼은 큰 행복도 없고

사랑으로 인한 상처만큼 큰 아픔도 없습니다

살다보면 아무리 서둘러도 늦는 경우가 있고

아무리 늦었다해도 이미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의 소중함. 인연의 소중함은 아무리 서둘러도

늦었을때는 후회 아쉬움 으로 다가 옵니다

부디 이 공간에서 소중한 만남으로 예쁘게

만들어 가는 이쁜 공간이길 바랍니다

 

2011년에는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한 해이길 소망하면서 이글을 올립니다

엄박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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