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流民嘆(유민탄) -魚無迹(어무적)-
蒼生蒼生難, 年貧爾無食.
창생창생난, 연빈이무식.
[창생(蒼生)]; 모든 백성, 만민,
백성들 살기 어려워라, 백성들 살기 어려워라,
흉년 들어 네가 먹을 것이 없을 때,
我有濟爾心, 而無濟爾力.
아유제이심, 이무제이력.
나는 너를 건질 마음이 있어도, 너를 건질 힘이 없구나.
蒼生苦蒼生苦, 天寒爾無衾.
창생고창생고, 천한이무금.
백성들 불쌍해라 백성들 불쌍해라, 날이 추워 네가 이불이 없을 때,
彼有濟爾力, 而無濟爾心.
피유제이력, 이무제이심.
저들은 너를 건질 힘이 있어도, 너를 건질 마음이 없구나.
回顧小人腹, 暫爲君子慮.
회고소인복, 잠위군자려.
원컨대, 소인이 뱃장을 돌려, 잠시 군자를 위하여 염려하노니.
暫借君子耳, 試廳小民語.
잠차군자이, 시청소민어.
잠깐 군자의 귀를 빌어, 소민의 말을 들어보소.
小民有語君不知, 今歲蒼生皆失所.
소민유어군부지, 금세창생개실소.
[실소(失所)]; 있을 곳을 잃어버림, 유랑민이 됨,
소민들이 말하여도 그대는 모르네, 금년엔 백성들이 다 살 길 없네.
北闕雖下憂民詔, 州縣傳看一虛紙.
북궐수하우민조, 주현전간일허지.
[북궐(北闕)]; 궁중, 임금이 계신 곳, 정부,
나라에선 우민조(憂民詔)를 내리셨으나, 주현에선 돌려보는 빈 종이 한 장.
特遣京官問民瘼, 馹騎一馳三百里.
특견경관문민막, 일기일치삼백리.
(瘼-병들 막, 馹-역말 일) [일기(馹騎)]; 역마,
특파하는 경관이 백성 고통 물으려, 역마로 하루에 삼백 리를 달려도.
吾民無力出門限, 何暇面陳心內事.
오민무력출문한, 하가면진심내사.
[면진(面陳)]; 얼굴을 맞대고 직접 진정의 말을 함,
백성들은 문턱에도 나설 힘이 없으니, 어느 겨를에 맘 속 일을 진정 하오리.
縱使一郡一京官, 京官無耳民無口.
종사일군일경관, 경관무이민무구.
한 골에 한 경관이 온다 하여도, 경관은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네.
不如喚起汲淮陽, 未死孑遺猶可救.
불여환기급회양, 미사혈유가구.
[급회양(汲淮陽)]; 한나라의 충신으로 직간을 잘한 汲黯(급암)을 가리킴, 급암이 나중에 회양태수(淮陽太守)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임,
급회양을 기용함이 그나마 상책, 죽기 전 남은 백성들을 구함직도 하건만.
작자 소개
① 어무적(魚無迹)은 조선 중기의 서얼 출신 문인이다. 어머니가 노비였기 때문에 김해에서 관노를 하다가 면천(免賤)되어 신분은 약간 상승되었지만 바닥의 생을 살다간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② 연산군 7년에 나라에 장문의 상소를 올려 “옛말에 이르기를 집이 위에서 새는 것을 아래에서는 안다고 했듯이 정치의 잘못이 있으면 바로 짚을 수 있다.”고 하면서 백성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살펴달라고 하였다.
③ 신분이 높으면서 정치적인 이유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과는 달리 하층민이 겪는 실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④ 그의 시는 허균의 「국조시산(國朝詩刪)」에 실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해제(作品解題)
① 이 시는 하층민의 생활을 직접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작품이란 점에서 사실성을 갖는다.
② 시의 표현이나 짜임 등이 뛰어나서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들었던 작품이다.
③ 백성의 어려움을 구제하고 싶은 사람은 의지만 있을 뿐 힘이 없고, 백성의 어려움을 구제할 권력을 가진 사람은 힘은 있으나 의지가 전혀 없으니 어찌했으면 좋을 것인가. 군자의 귀로서 백성의 소리를 듣고,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을 것인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백성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세의 백성들은 어디에 정착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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