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1946년 8월 6일 이 세상 올 때
알몸과 빈손으로
힘없고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왔지만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민주화를 외치는 우렁찬 울음소리는
봉화마을에 떠들썩하게 힘이 넘쳐오셨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당신은
못 먹고 굶주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체구에서
묵묵히 일하는 황소 같은 괴력으로
이 세상에 임이 오셔서
일구어 내신 학벌타파 혈연타파
지역감정의 큰 장벽을 무너트렸습니다
당신의 주변 인척 중에 많이 배운 사람도
물질이 많은 사람도 없었던 당신
그래서 든든한 배경조차 없었던
이 시대에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셨던 당신
정치적 이단아로 인권 변호사로
입지적인 인물이셨던 당신은
드넓은 이 세상에
민주화 꽃 나무를 심어 놓으시고
이제 겨우 꽃이 피었는데
달콤한 열매는 누가 따 먹으라고
가는 길이 무엇이 그리도 급해
당신 먼저 무거운 짐을 지고 홀연히 떠나셨습니까 ?
어제 늦은 밤부터 내린 이슬비가
어쩌면 당신의 서거를 미리 예고하고 흘린
하늘의 눈물이었던 것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습니다
뉴스를 접하면서 오보이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갑작스런 비보에
한동안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신
이 세상 어느 누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양심에 자유로 울 수가 있는지
감히 묻고 싶습니다
오늘은 당신 때문에
하늘도 울고 땅도 목메어 울고 있습니다
온 국민을 슬픔과 비통함으로 몰고 가신
당신의 유언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
운명이다 화장해라
너무 슬퍼하지 마라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건강이 안 좋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을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가 없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가난한 서민들의 대변자였던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드셨으면
사랑하는 국민들과 가족들을 뒤로한체
험하고 머나먼 길을 떠나셨는지
힘겹고 외롭게 홀로가신 임을 생각하니
가슴을 도려내듯 아프고 비통합니다
가신님은 설다 하지 않아도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보잘 것 없는
우리 국민들은 빛을 잃고
세상을 저주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얼마나 많이 아팠으면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셨겠습니까
조용히 고향을 지키겠다고 필부가 되어
낙향하셨던 당신이
이리도 허망하게 떠나시니
가슴을 치며 통탄할 일입니다
보잘 것 없는 민초가 할 말은 많지만
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의
애석하고 비통한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반성하고 각성 할 숙제입니다
당신의 서거를 가슴으로 애도(哀悼)드립니다
하늘에선 땅처럼 많이 아파하시지 말고
편히 백성에 애환을 경청해 주시고
편히 주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