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어머니
이생진
나이 70.
1929년생
일제 강점하에 태어난 것도 얼울한데
말년엔 남편 중풍으로 쓰러져
3년 동안 간병하느라 다 죽어가던 세월
영감을 산언덕에 묻고 나니
휘휘 방안엔 찬바람만 그득하다고
그래도 아침엔 동백꽃처럼 단단하다가
저녁엔 호박꽃처럼 시들해진다며
아랫목에 누울 무렵
뭍으로 간 자식들에게 전화가 온다
"어머니 저예요"
"음 부산이냐"
"어머니 인천예요"
"음 너냐"
"어머니 안양예요"
"음 애들은 잘 놀고"
"어머니 저예요"
"음 목포냐"
그 다음엔 산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바위를 치는 갯바람 소리
그 밖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방
문풍지 우는 여서도
나이 70.
아직은 차돌같이 강하다만
"음 걱정 마라"
막내의 전화를 끝으로 자리에 눕는 어머니
여서도에서 태어나
함께 초등학교 다니던 남자를 부모가 맺어줘
아들 다섯에 딸 하나
부산으로 인천으로 목포로 안양으로
다 내보내고 섬에서 혼자 사는 어머니
"음 걱정 마라, 나는 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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