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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명기***/전쟁과현대병기

<美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서의 24시간>

*설향* 2008. 1. 5. 14:31

<美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에서의 24시간>



평균나이 21세...병사들도 헤매는 미로

영화관.도서관.인터넷카페..농구팀까지

(美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공동취재단) 이귀원 기자 = `바다 위의 작은 도시', 미 해군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는 예상보다 고요했다.

21일 함재기인 C-2기를 이용해 도착한 로널드 레이건호는 한반도 남단 공해상에서 부산항을 향해 거센 물살을 가르며 질주했지만 마치 산을 옮겨놓은 듯한 육중한 덩치에 거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다.

항모에서 하룻밤을 묵는 동안 2인 1실로 된 영관급 장교 숙소는 여느 함정과 마찬가지로 협소해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항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

항모는 공해상의 망망대해에서 쾌속 질주를 하고 있었지만 침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는 CNN 방송을 비롯해 각종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5천여 명이 승선한 로널드 레이건호에서 독방을 쓰는 사람은 테리 크래프트(해군 대령) 함장과 레이건호를 포함해 1척의 순양함과 2척의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 전단 찰스 마르톨리오 전단장(준장)이 유일하다.

영관급 이상 장교들은 2명에서 수 명씩 숙소를 함께 쓰고 일부 병사들의 경우 최대 200명이 운동장 만한 내무반에서 함께 취침을 하기도 한다.

5천여 명의 승무원 가운데 여군을 포함한 여성은 5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은 남성들과 분리된 별도의 구역에 마련된 숙소를 사용하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서 장병들은 분주히 하루를 맞았다.

22일 아침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갑판에서는 동이 트기 전부터 토잉카(towing car)를 이용해 전투기를 이리 저리 옮기거나 각종 정비나 작업을 하는 요원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또 비행갑판 바로 아래에 위치한 대형 격납고에서는 아침 점호를 받는 병사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부산항 기항을 앞두고 항모에서 내려 부산, 서울 등을 체험할 병사들에게 "훈련중이니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음주를 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아침 점호는 절도가 있으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5천여 평의 비행갑판(flight deck) 아래 공간은 항모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지 않고 숙소를 나섰다가는 미아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한 `미로'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혼자 쉽게 화장실을 찾아 나설 수도 없었다. 실제 취재진을 안내하는 병사들조차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장교들이 먹는 식당은 티본 스테이크에다 대게 요리 등 웬만한 호텔 뷔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음식이 괜찮았다.

미국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항모 곳곳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과 낸시 여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인상적이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모항인 캘리포이나 샌 디에이고를 출항하면 보통 6개월 이상을 항해하는 만큼, 장병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소규모 영화관을 비롯해 서적.DVD 등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 인터넷 카페, 5개의 체육관은 물론, 로널드 레이건호 농구팀까지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항모의 특성상 장병들은 "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항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5천여 명에 이르는 장병들의 평균 나이가 21세라는 것도 퍽 인상적이었다. 또 항모 내의 PX 등에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아닌 해군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여성 공보장교인 케이티 켈리 대위는 "항모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며 "24시간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지만 모두가 자신들의 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베라(21) 병사는 "항모에서 매일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늘 육지가 기다려진다"며 22일 로널드 레이건호의 부산항 기항과 함께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마르톨리오 전단장은 "로널드 레이건호가 미 해군 최고의 항모가 될 수 있는 것은 항모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장병들"이라며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참가를 위해 22일 오전 부산항에 입항했다.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