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두메 산골에 들국화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누구하나 기다리지도 않고, 누구 하나 반겨 주지도 않는데, 들국화는 꽃을 피웠다.
들국화는 투덜거렸다.
"이런 두메에서는 애써 꽃을 피울 필요가 없어. 그저 억새로나 하얗게 흔들릴 일인데."
이때 곁에 있던 돌부처님이 이끼가 낀 입을 열었다.
"나도 있지 않느냐? 들국화야"
들국화는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
"나는 덤덤한 당신이 싫어요. 철이 지났지만 멋쟁이 나비라도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어여쁜 소녀의 눈에 띄어 그 소녀의 가슴에라도 안겨가고 싶어요.
그런데 이 신세가 뭐예요? 이렇게 하염없이 저버린 다는 것이 너무도 억울해요."
돌부처님이 비바람에 마모된 눈으로 그윽히 들국화를 바라보았다.
"들국화야, 이런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우리가 이 한(寒) 데서 기도함으로 이 세상 누군가가 받을 위로를 말야."
돌부처님은 먼 하늘의 노을한테로 눈을 준 채 말을 이었다.
"우리가 밤하늘의 이름 없는 별들처럼 외딴 자리를 지킴으로 해서 이 세상이 그래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란다. 그리고 이 세상의 빛 또한 꺼지지 않는 것은 산천의 꽃들이
도회지의 쓰레기보다도 많기 때문이지. 너는 이 세상의 이름 없는 아름다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몫을 하고 있단다."
"부처님은 언제부터 그런 마음으로 사셨어요?"
"천년도 더 되었단다."
"천년도 더요?"
들국화는 입을 다물었다.
들국화는 돌부처님께 몸을 기대었다.
"저의 향기를 받으세요, 부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