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면서 김장에 대한 뉴스가 자주 보이는데 김장을 담글 때 특히 많이 사용하는 것이 굴입니다.
- 싱싱한 해산물의 대명사 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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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굴시장에 가면 싱싱한 굴을 자주 볼 수 있던데요. 굴부침개, 굴밥, 굴튀김 등등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는 굴이지만 의외로 꺼리는 분들도 있는 식품이 굴인데요. 오늘은 이 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겨울이 제철인 굴
굴은 일반적으로 겨울음식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올해 농림수산식품부(www.mifaff.go.kr) 에서는 11월의 웰빙 수산물로 갈치와 굴을 선정하고 소비촉진 홍보행사를 전개하기도 했는데요. 서양에서는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월-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도 있고 일본에는 벚꽃이 피면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겨울이 굴을 먹기에 가장 좋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의 원전은?
William Butler가 1599년에 쓴 Diet's Dry Dinner 라는 책에 나온다고 합니다. "It is unreasonable and unwholesome in all the months that do not have an R in their name to eat oysters."라고 썼다고 하는데 이유는 적지 않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굴을 꼭 겨울에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더운 계절에 굴을 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수온이 올라가면 상하기 쉽고 소위 패류독소에 의한 식중독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패류독소는 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굴이 Alexandrium tamarense과 같은 유독한 플랑크톤을 섭취한 후 몸에 축적하는 마비성패독(Gonyautoxin)로서 주로 4~5월에 남해 동부수역에 발생하곤 합니다.
2. 굴은 특히 잘 상하는 음식이라는데??
굴은 서양인들이 거의 유일하게 생식을 하는 식품으로서 부드러운 육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직 자체가 연하므로 저장, 관리가 가장 어려운 패류중 하나로 꼽힙니다. 보통 미생물이 번식할 위험이 많고 내장을 발라낼 수 없어서 장내의 세균 등에 의한 변패가 쉬운 식품입니다. 지난 달에는 미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질병을 불러일으킨 위험한 음식 10가지 중에 4위로 굴이 선정되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굴이 죽으면 자기소화가 일어나 맛, 냄새 및 조직감 등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가급적 싱싱한 굴을 선택해서 빨리 드시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부득이하게 굴을 저장해야 할 때는 냉장고보다는 냉동고에 얼려 놓았다가 소금물에 담가 해동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굴을 씻을 때는 소금물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는데 이는 삼투압으로 인해 굴이 터지는 것을 막아주고 향미성분을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3. 굴의 영양적 특성은?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립니다. 우유는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으로서 영양을 고르게 가지고 있는 식품인데 굴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우는 것은 바다에서 나는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이라는 뜻이 되겠죠.
실제로 우유와 굴의 영양성분을 비교해보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고르게 들어 있는데 굴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경우는 주로 단순당이 아닌 글리코겐 형태로 들어 있습니다.
영양적으로 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기질인데 특히 아연, 철분, 구리 등의 성분이 상당히 많아서 철분과 아연의 경우는 우유보다 200배 이상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칼슘 함량은 우유의 절반 보다 조금 못하지만 상당량 들어 있고 비타민 B12의 경우도 우유보다 50배 이상 많이 들어 있습니다.
즉 3대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뿐만 아니라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식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유와 굴의 영양성분 비교 (밑줄은 굴에 특히 많은 영양소) http://www.healthaliciousness.com/nutritionfacts/
4. 굴이 정력에 좋다고 하는데???
굴이 소위 스태미너식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고 합니다. 영어로 최음제를 aphrodisiac 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 (비너스)로부터 왔고 아프로디테가 굴조개 껍질에서 태어났다는 것 때문이라는 설이 있고 이탈리아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하며 스페인의 돈 주앙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굴이 성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지난 2005년에 있기도 했었는데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킬 것으로 생각하는 D-aspartic acid (D-Asp)와 N-methyl-D-aspartate (NMDA)라는 물질이 해산물에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보고였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논문으로 나오진 않은 것 같구요, 같은 저자에 의한 2003년 논문이 있는데 그 논문의 실험에서 사용된 것은 굴이 아니라 멍게의 일종인 Ciona intestinalis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러한 물질들이 실제 성호르몬 분비를 얼마나 촉진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멍게류에 D-Asp와 NMDA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논문
굴 예찬론자들이 또 하나 근거로 드는 것은 아연인데 실제로 굴 하나에는 하루 섭취에 필요할 정도의 아연이 함유되어 있고 실제로 아연은 정자 생성에 중요하고 역시 테스토스테론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굴의 섭취가 적어도 아연 결핍에 의한 성기능 장애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5. 굴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문제라던데???
실제로 굴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100g 당 50-100mg 정도로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한다고 반드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특히 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식품이 혈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서 CSI (Cholesterol Saturated fat Index: 1.01×g of SFA+0.05хmg of cholesterol)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굴의 경우는 CSI가 3밖에 되지 않고 콜레스테롤이 거의 없는 아이스크림은 19나 되는데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은 단순히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뿐만 아니라 섭취하는 포화 지방산의 함량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굴의 경우 매일 굴을 주식처럼 먹지 않는다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CSI가 모든 경우를 설명해주는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또한 굴과 같은 어패류에는 타우린 성분이 특히 많이 들어있는데 타우린은 쓸개즙의 주성분의 하나이고 타우린의 대표적인 기능성이 지방의 유화 및 흡수를 도와서 총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지방대사를 촉진시키는 것이므로 간 기능이 좋지 않거나 고지혈증이 있으신 분들 이외에는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6. 그 외에 굴을 먹을 때 주의할 사항은?
굴과 함께 먹을 때 피할 음식으로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감입니다. 전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감에는 탄닌 성분이 많은데 탄닌은 철과 반응해서 탄닌산철이라는 물질로 결합되어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굴에는 섬유소가 없기 때문에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영양적으로 보완이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김장을 담글 때 절인 배추 잎에 굴이 들어간 김치속을 싸먹는 것이 되겠죠. 또한 레몬이나 식초와 같은 산성 성분은 철분 흡수를 촉진하므로 생굴은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철분흡수와 산성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철분이 흡수되는데는 산성환경이 좋다고 하는데 이는 산이 철의 이온화를 돕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철분제는 가급적 빈속에 먹는 편이 좋기 때문에 식후 2시간 후에 먹는 편이 좋고 제산제와는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굴을 드실 때 주의할 점은 치아 다치지 않도록 잘 씻어먹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