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p317.tistory.com

***아름다운글,시***/마음의글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설향* 2008. 5. 16. 21:07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詩 문익환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내가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리고
길을 떠나는 것은 네게로 가는 일이지
네가 거적때기까지 떨쳐 버리고
길을 떠나는 것은 내게로 오는 일이지
오다 가다 만나는 날
산기슭에서나 행길에서나 주막에서나
이마를 딱 대고 맞부딪는 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홀랑 벗고 알몸이 되는 거지
얼굴을 붉히는 건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지
오히려 자랑스러움 때문이지
그냥 소중한 목숨 때문일 뿐이지
숨막히는 사랑 때문일 뿐이지
38년 묵은 때야 차츰 씻으면 어떠냐
낮이면 청산이 좋아라 햇빛이 좋아라
밤이면 쏟아지는 달빛 별빛으로 흐르는
선들바람 풀벌레 소리도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그냥 알몸으로 얼싸안고 뒹구는 거지
뒹굴며 흐느끼며 한 맺힌 회포를 푸는 거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진실의 진실 몸의 진실을
야윈 몸으로나마 확인하는 거지
서로의 몸속에 다져 넣는 거지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나는 철조망 넘어 터진 발 끌며 네게로 가고
너는 지뢰밭 지나 절뚝거리며 내게로 와야지
이것밖에 우리에겐 딴 길이 없으니
 


 
x-text/html; charset=iso-8859-1" volume="0" loop="-1" autostart="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