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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낭랑소녀의 희망 일기

*설향* 2008. 2. 21. 09:59
18세 낭랑소녀의 희망 일기(성민영, 18세, 급성골수성백혈병, 경남 진주)



< 낭랑 18세 소녀, 성민영>

얼마 전에 인터넷금지령이 내려졌답니다.

친구들과 채팅을 시작하면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못다 끝내거든요.


요즘은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이 영~ 맘에 안 들어요.

아무리 정리를 잘 해 놓아도 금세 더벅머리가 되거든요.

그래서 저의 새로운 별명이 거울공주랍니다.


공부욕심도 많아서

새 학년 문제집을 가지런히 꽂아놓고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몰라요.

근데 그 문제집을 펴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한지가 벌써 1년...

저는 백혈병 환자랍니다.


<내게 찾아온 두 번의 암>

저에겐 암이라는 게 정말 지긋지긋해요.

이미 6년 전에 골육종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다리뼈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는 키도 작고 걷는 게 좀 불편해요.


게다가 제가 서울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사이,

아빠는 집 전세금을 빼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아마 제가 오래도록 병원비로 집안을 힘들게 할까봐 겁이 나셨나 봐요.


그러니...

제가 또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치가 떨리고 억울하고 화가 났을지 이해할 수 있죠?

어떻게 이겨낸 암세포인데...

어떻게 다시 모인 가족인데 ...

어떻게 다니게 된 학교인데...


그래서 이번엔 포기하기로 했어요.

또 다시 학교도 못가고 병원에 갇혀서 항암치료를 받는 게 죽기보다 싫었거든요.



<엄마는 나의 하늘>

그런데... 엄마가 저를 잡았어요.

“네가 치료 안 받고 죽으면 나중에 꿈에 나타나 아프다고 할 것 같아.

그럼 엄마는 너무 괴로울 거야.”


저 하나야 괜찮지만 엄마한테 그런 고통을 안겨 드릴 순 없잖아요.

아빠가 그렇게 사라져버렸을 때 엄마는 복지단체를 찾아다니며 병원비를 후원받아 저를 살려내셨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제게 하늘이에요.

그런 엄마한테 지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것! 그것뿐이잖아요.


벌써 여러 번 항암치료가 실패 했어도

면역수치가 정상인의 10분의 1로 떨어져도

엄마가 무너지지 않는 한 저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저의 하늘이니까요.


제가 불치의 백혈병 환자가 아니라

명랑 행복한 낭랑18세 소녀인 이유...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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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가 우리 손녀반 학생이랍니다
우리손녀가 반장으로 있기 때문에 대표로 병문안을 갔는데
방송국에서 민영이의 병실에 찾아와 사진도 찍고
인터뷰를 했는데 마침 우리손녀가 옆에 있어
몇 마디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오늘 날짜로 방송이 되었다고 하네요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라 여기 올려 봅니다
지금 민영이는 경상대학교병원 암센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