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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문인화***/동양화

이생진시화전

*설향* 2007. 6. 3. 00:02

하늘로가려던나무: 이생진 시인 나무가 겁없이 자란다. 겁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한다. 하지만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갑자기 허탈해진다. 일요일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나무는 그지점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고백 : 이생진 시인 이젠 잊읍시다 당신은 당신을 잊고 나는 나를 잊읍시다 당신은 내게 너무 많아서 탈 당신은 당신을 적게 하고 나는 나를 적게 합시다 당신은 너무 내게로 와서 탈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서 탈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은 당신을 잊읍시다

유혹 : 이생진 시인 神은 날 직선으로 유혹했지만 나는 항상 곡선으로 달아났다 圓으로 둘러주는 사슬을 가슴으로 풀며 조금씩 생기는 자유는 혼자 쓰기도 모자라서 기다리며 살아왔다

고독 : 이생진 시인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이해 : 이생진 시인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섬마당의 아이들 : 이생진 시인 바다가 앞뒤로 들어찬 섬마당에서 아이들은 즐겁다 복잡한 내일이 보이지 않아 오늘이 즐겁다 소나무는 크면서 물 건너 미래가 보이는데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십 년 후엔 노인만 남을 것 같고 오십 년 후엔 소나무만 남을 것 같은 마을 지금 아이들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아 즐겁다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취한 사람 : 이생진 시인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화장하는 여인 : 이생진 시인 바다 앞에서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는 여인 바다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빙그레 웃었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詩人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검은 抒情 - 변시지의 제주풍화집에서- : 이수익 시인 제주 바닷가에는 까마귀떼만 자욱하다. 耳鳴같은 파도소리에 묻히는 까마귀떼 울음소리만 자욱하다. 해 뜨기 前, 예감의 시간에 바닷가로 나온 검은 점술의 巫女들이 부르는 降神의 휘파람 소리, 휘파람 소리만 자욱하다. 솟구치는 파도의 이랑보다 더 깊은 저 生者와 죽은 이의 靈界를 넘나들며 슬픈 혼백들을 달래는.....

새와 나무 : 류시화 시인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길 떠나는 친구에게 ; 박우현 詩人 친구여 빛나는 너의 어깨 위에 사랑의 향기 그득하구나 긴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선 너를 축복하듯 부둣가엔 환영 인파 그득하고 믿음으로 일궈낸 너의 사랑의 이랑과 진실로 짠 나지막한 맹세는 너무나 당당하구나 언젠가 망망한 바다의 복판에서 말했었지 고독한 항해를 맺고 싶다고... 거대한 파도를 넘고 빙하의 바람꽃 바다에 미끄러지듯 사랑의 돛을 달아 이제 포근한 항구에 네 생의 닻을 내린 친구여 언제나 넉넉한 맘으로 네 맘 선장의 명에 따라 그렇게 살아가려무나 친구여.

조랑말 : 黃順元 말아 제주돗 말아 어쩌면 네 눈이 내 눈 같고 네 갈퀴가 내 머리카락 같냐 말아 흰 이빨 드러내고 우는 말아 너도 아마 긴긴 하루 해가 그리 서러운가 보다 우리 함께 서귀포에 목을 안고 서면 이대로 살고 싶은 물길 천리

혼자 남았을 때 : 이생진 詩人 다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사람이기보다 흙이었으면 돌이었으면 먹고 버린 귤껍대기였으면 풀되는 것만도 황송해서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틈에 낀 풀을 잡고 애원하는 꼴이 풀뿌리만도 못한 힘줄로 더듬더듬 밧줄을 찾았지만 고독엔 밧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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