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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마음의글

산벚꽃 그늘에서

*설향* 2007. 5. 1. 00:44

산벚꽃 그늘에서 / 펌
못 다 부른 노래를 터뜨리네, 끝내 
옷이 다 벗겨지고 늑골이 부러진 한 사내
바위 절벽까지 떠밀리고 끌려 와 
무릎을 꿇고 기다리네 
하늘만 우러러 자라 온 제 몸
그대로 형틀이요 죄라네
네 고향이 어디냐, 행적을 자백하라 
뼈 깊이 얼음을 박던 그 겨울 눈보라
상한 껍질 속에 숨겨둔 눈물이 
삭고 삭아 비릿한 향기를 피우네 
실핏줄이 터져 범람하는 하얀 피
제 주검을 스스로 덮네 
그 얇은 수의를 헤집어
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고 서식해 온
산비둘기를 불러 가는 이 누구인가 
절뚝이며 지나온 먼 산길 아래 
발 디딜 틈 하나 허락지 않던 마을 
골목엔 눈먼 황사가 자욱한데
마지막 유언처럼 한 무리 은하를 
쏟아 붓는 산벚꽃나무 
등이 굽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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