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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배미향

*설향* 2007. 4. 26. 23:0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배미향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배미향의 "쉬면서 길에게 길을 묻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