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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는 시간에 충실하자

*설향* 2007. 4. 25. 13:40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늘푸른 덩쿨식물)

 

 

 

 

한 남자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떡하니 앉아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너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

남자는 곰곰이 생각한 후 대답했습니다.

"저는 남들과 똑같이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엔 신나게 뛰어놀았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공부했고,

청년이 되어서는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해서는 가족들을 위해 일했고,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이제부터 여기서 살거라."


남자는 갑자기 삶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면 진짜 삶다운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염라대왕은 버럭 화를 내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건 절대 안된다."

 

 

 

 

 

 

 

 

 



남자는 다시 애걸복걸 하였습니다.

"염라대왕님, 저는 제가 이렇게 일찍 올 줄을 몰랐습니다.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겨두고

이렇게 갑자기 죽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왜 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염라대왕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나는 늘 너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저무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고,

너의 이마에 주름살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다.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씩 늘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지는 것 역시 나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너는 너의 삶이 줄어들어 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인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구나.

평소에는 대충대충 살다가

막상 삶을 잃어 버릴 때가 되면땅을 치며 후회하는지를…….』

 

 

 

 

 

 

 

 

 



에디스 쉐퍼의 글을 읽을 때면 삶은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삶은 매 단계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후회하고, 말다툼하고, 화를 내다보니

얼마 안 있어 사라져 버릴

'지금'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말은 한동안 내 마음의 기슭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좀처럼 나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자신의 길로만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 이 시간, 좀 더 내 삶에 분발해야겠습니다.

 

 

 

 

 

 선운사

 

 

 

 (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