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하고서부터/受天김용오
(낭송:고은하)
널 사랑하고서부터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도
심장을 도리질 하는 낮은 목소리의
애간장을 녹이는 콘트라베이스의
허스키한 음색 또한
너의 목소리였다는 걸 알았기에
널 가슴에 담을 수가 있었음이야
널 그리고서야
어린왕자의 파리한 미소도
인어공주의 슬픈 눈망울도
바람에 연서를 날렸던 것도
구름에 얼굴을 파묻어야 했던 것들도
꼭꼭 숨겨 놓은 하얀 도화지에
널 그릴 수가 있었음이야
널 만나고서야
바람이 너의 노래였었고
구름이 너의 눈물이었고
반딧불이 쇠똥에서 태어난
이유를 알아야 했고
서쪽하늘 반짝이는 별이
너의 얼굴이었다는 걸
널 만나고서야 알았지 뭐니
널 안고서야
장미향은 진해서 좋고
감꽃 향은 소담해서 좋고
후리지아 향은 멀리서도
느낄 수가 있어 좋다는 걸
널 안고서야 알았지 뭐니
널 사랑하고서부터
팔딱팔딱 심장이 뛰어 오는 행복을
울렁울렁 가슴이 조여 오는 슬픔을
스멀스멀 동공이 소리 없이 감김의
모든 것들을 알았기에
그만 집 앞에서 서성이고 마는
그런 사람이 되고야 말았지 뭐야
널 사랑하고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