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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설향* 2013. 1. 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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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이야기

    오로지 아궁이에 넣는 불이
    유일한 난방수단 이었던 시절

    북풍 한설에 밤새도록
    문풍지가 울던날
    방안 습기 조절을 위해 머리맡에 두었던
    물걸레도 꽁꽁 얼어 붙었다
    추위에 어린 자식 행여 감기라도 들세라
    젊은 부부는 그 자식가슴에 안고
    밤새도록 전전 긍긍이라

    부지런한 사람은 밤에 일어나
    장작 몇 개비라도 아궁이에 넣고 자련만
    조금 있으면 날이 밝을테니 그때 넣자고
    젊은 아버지는 게으름을 부려 본다

    이래 저래 그 겨울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추위와의 전쟁이라

    첫닭 우는 소리에 일어난 젊은 아버지
    식구들을 위해 안 부엌 옹솥에 물 데우고
    사랑채 누렁이 황소 소죽을 끓이니
    그제서야 방안에 온기가 퍼지고
    마려운 오줌 참고 자던 놈은
    고운 꿈결속에 그만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

    추위에 웅크리고 자던 몸이 따듯해 지니
    온몸이 나른해질 것이고 그만 경계심이
    풀어진 때문 이리라

    사랑방 부엌앞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들리고
    이글이글타오르는 화롯불이 방에 들어오니
    화롯방석 밑에 깔고 화로를 놓아도
    자칫 왕골자리가 타기 마련이라
    따듯한 온기에 그제사 자식들 눈뜨고
    오줌싼 놈은 울면서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고...

    세수 하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에 물만 찍어바르니
    그해 겨울 어머니가 때 벗겨 주는날 까지
    그놈들은 겨우내 손등에 덕지 덕지
    때를 달고 다녔다

    날씨야 춥건 말건 햇살이 비추면
    아이들은 양지쪽에 옹기종기 모여서
    콧물 연신 팔소매에 훔쳐대니
    너나 할것없이 그놈들 옷소매는 반질반질
    참기름 묻혀놓은 형상이라
    그 시절은 왜 그리
    누렁코 흘리는 놈들이 많았는지...

    다시 올수 없는 먼 옛날이 되었지만
    오늘따라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