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의 전설
한 여인을 짝사랑하는 소심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평소 너무나 차가워 청년은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내고 마음 속
으로만 애를 태웠습니다.
날이 갈수록 그 청년은 점점 야위고 초췌해져, 급기야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들여다본 청년은 몰라보게 형편없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생각하길 "이러다가 그녀의 얼굴도 못보고 죽겠구나." 하며 한탄
을 하였습니다.
그날 밤, 청년은 마지막 힘을 내어 일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들판에 나가 여인에게 바칠 쟈스민 꽃을 꺾기 시작했습니다.
은은한 별빛이 가득한 새벽녘, 청년은 한아름의 쟈스민 꽃다발을 들고 그 여인이
사는 집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없던 용기가 생길리 만무했습니다.
청년은 여인의 방 창문 앞에 서서 곱게 잠든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바라보
다가 결국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여인은 잠에서 깨어 자신의 창문 앞에 놓여진 한아름의 쟈스민 꽃다발
을 발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안 가득 꽃향기가 넘실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여인은 진한 꽃향기에 넋을 잃고 취해 눈을 감았습니다.
얼마 후 감았던 눈을 뜨자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한 잠든 청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수하고 지극히 평화로운 얼굴을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마음속 가득 사랑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생의 처음으로 느낀 불같은 열정이었다.
여인은 순간 밀려든 감정을 절제할 수 없어 창문을 넘어 청년에게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게 만든 청년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같은 사랑과 혹독한 죽음 앞에 혼란스러워 하던 여인은 결국
미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 또한 자스민 꽃을 머리에 꽂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죽었다고
합니다.
이후 연인에게 자스민 꽃을 선물 받으면 머리에 꽂아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