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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조용히 흔들린다/이향아

*설향* 2008. 2. 28. 07:50


가을은 조용히 흔들린다 / 이향아 
미닫이를 내리는 손마디에서 
가을은 
조용히 흔들린다 
우리가 눈으로 함빡 웃을 때 
가을은 금세 
꽈리처럼 영글어 버린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취해서 돌아오는 오후 
햇살은 
그리운 머릿단을 만지는 
머언 나팔 소리 

한밤내 기침하여 키를 늘여도 
향기로운 새벽 
아무것도 못 된 
하찮은 우리들 
돌다릿목에 엎드려 물을 움킬 때 
가을은 핏속으로 스며와 
나를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