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이 성 선
가을날 아름다운 햇살 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 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 드립니다
그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 불어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 여린 이슬이
자취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산빛이 그의 가슴을 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의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 다 지면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
*
*
8월 하늘 풍경 가만히 내려앉은 연못가...
또르르...이리저리 굴려도 흐트러짐 없는
넉넉히 둥그런 잎에 고인 여름 빗방울들의 노래...
어쩐지...
이국적인 수련의 싱그런 자태가 낯설은 푸른 눈빛 같아...
누군가...
미리 보내 온 가을향 아련한 작은 소포가 더 많이
기다려지는 어느날 오후...
성난 우뢰 빗금으로 치달아...
더운 가슴 식혀 주는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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