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글 / 김정호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하늘이 열리고
산아래 노을이 누우면
바람도 가는 길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비단 날개로
마지막 남은 햇살을 보듬은
잠자리 몸통도 노을에 젖어
더욱 빨갛게 익어가고
아내 속눈섭처럼 가벼운
날개를 편다
그러면
금빛으로 물든 가을 하늘
불타는 고추잠자리 두 눈에
잠겨있다.
*** 고추잠자리는 섹시한 곤충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거니와
머리 몸통 꼬리를 아우르는 빨간 색갈이 섹시하다. 무엇보다 고추잠자리는
교미를자주한다. 어느 시인은 고추잠자리의 교미에 "공중섹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모든 고추잠자리가 빨간것은 아니다.수컷만이 빨갛다.
처음에는 노란색을 띠지만 초가을, 교미할 때가 되면 빨갛게 변한다.
그래서 고추잠자리는의 빨간색은 혼인색(婚姻色)이고 유혹의 색이다.
<2007 년 9 월 5 일 동아일보 "횡설수설" 정성근 논설위원의 글을 옮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