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일건

프로토타입 레일건.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금속제 레일 두 개를 나란히 설치합니다. 이 금속 레일에 고전압 전류를 걸고 여기에 도체 투사체 내지는 도체 가속대+투사체를 걸칩니다. 도체가 걸쳐졌기 때문에 레일은 일종의 회로를 형성하게 되는데, 전류공급기의 양극에서 나온 전류는 도체를 건너 음극으로 들어가면서 전자석을 만듭니다. 오른손 법칙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놓인 레일에서 자기장이 수직으로 형성되고 여기에 도체에 흐르는 전류까지 합쳐지면서 로렌츠 힘이라는 것이 생깁니다(로렌츠 힘은 백과사전 참조). 이 힘은 도체를 레일 한 쪽 방향으로 밀어내는데, 전류가 강해질 수록 투사체에 가해지는 힘은 막대해집니다.

레일건의 원리에 대한 간단한 도식. 보기만 해도...
대형 발전설비에서 나오는 수백만 암페어의 전력이 걸린다면 레일 끄트머리에서 투사체의 속력은 초속 20km 가량까지 가속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투사체가 무시무시하게 빨라지다 보니 레일이 녹아버린다는 겁니다. 이래가지고서야 조금 쏘고 갈아주는 일을 반복하든지 아니면 무슨 신소재를 찾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죠.
실용적 레일건은 3,500m/s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M16의 경우 총구초속이 975m/s입니다)작은 질량의 운동에너지탄으로도 훨씬 큰 고폭탄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거기다 폭탄을 실을 필요 없으니 안전성도 향상되고, 고속이라 탄환이 바람 등의 영향을 받을 확률도 줄죠.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 미국 고등연구기획청, 미국 첨단병기의 산실로 인터넷의 전신 DARPANET 제작으로 유명)에서 제작한 90mm 구경 레일건등을 비롯해 꽤 쓸만한 것들이 이미 제작되었지만, 모두 1회 발사후 레일을 교체해 줘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근 10년 이상 계속 실험하면서도 실용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용 목적으로는 우선 잘 알려진 탄도탄 요격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속엔 고속으로 대응하자는 거죠. 이외에도 미 해군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비폭발성 탄환을 쓸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현대 함선들은 각종 함포와 미사일들을 함내 탄약고에 꽉꽉 채우고 다닙니다. 이 탄약고란 게 참 문제가 많아서, 2차대전 당시 영국 왕립해군의 순양전함 HMS 후드는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의 380mm 포탄을 단 한 발 맞고 격침당했는데, 하필 피탄부분이 탄약고였던 겁니다. 포탄이 모조리 유폭되어 함이 둘로 쪼개질 정도였죠.

HMS 후드의 침몰.
요즘에도 이러한 두려움이 가시질 않고 있는데, 레일건이 실용화된다면 부피와 무게는 더럽게 크면서 위험천만한 폭발성 탄약 대신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텅스텐 탄약만 가득 싣고 다닐 수 있다니 군침도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요. 거기다 무거운 발전기는 함선의 엔진에 연결하면 땡이니 더 좋죠.
개인휴대용 레일건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있지만 별로 쓸만하진 않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전력공급장치의 덩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레일건 가지고는 기존 화약식 발사무기정도의 위력밖에 못 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반동 때문이죠. 대형의 레일건이라면 중량화를 통해 발사체의 가속에서 생기는 반동을 해결할 수 있지만, 개인 휴대용이라면 때려치란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레일건 한번 써보자! 게임 퀘이크에도 나오고 영화 이레이저에도 나오고 다 쓰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결책을 찾아봤는데, 의외로 간단합니다. 발사체 질량을 극도로 줄이면 되죠. 탄환의 위력은 운동에너지에서 나오지만, 반동은 운동량에서 나오기 때문에 발사체 질량을 줄이면 반동은 줄이면서 위력은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공식도 있지만, 이것도 패스).

미국의 아마추어 연구소에서 제작한 레일건의 발사장면.
이렇게 하면 저반동으로 탄환을 사출하지만, 사출된 탄환은 장갑판이나 부드러운 목표(보통 인육)에 큼지막한 구멍을 뚫어줄 수 있죠. 다만 몇 겹 뚫는 건 좀 무리인데, 발사체 질량이 작아서 첫번째 목표에 맞으면 바로 기화되어버려서입니다. 어쨌든 이런 미세탄환 레일건은 제작되었는데, 0.1그램짜리 6mm 구경 탄환을 16,000m/s라는 경악스런 속도로 사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반동은 1.6kgm/s. 이거라면 전원공급장치만 경량화해도 개인휴대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개인 연구가가 레일건용으로 제작한 15,000v짜리 고전압 전류공급장치(그냥 파워서플라이라고 해도 됩니다만). 실험용 저출력인데도 덩치가 참 무시무시합니다. 거기다 자작인데도 불구하고 재료비가 2천달러가량 나왔다는군요.
그 사람이 제작한 알루미늄제 발사체. 뭔가 좀 실망스런 디자인이지만, 이게 현재로써 실용적인 디자인입죠.
3,000v를 걸고 쏜 레일건의 발사체. 위험해서 57m/s로 쐈다는데도 손상이 심하군요.
2. 코일건

프로토타입 코일건
코일건도 간단히 원리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단 전류를 가지고 투사체를 쏘아보낸다는 점은 레일건과 같습니다만, 그 응용방법이 다릅니다. 레일건이 이름대로 금속 레일을 쓰는 것처럼 코일건은 원형 코일(솔레노이드라고도 합니다)을 사용합니다. 이 원형 코일들을 터널 형식으로 일렬로 길게 배열합니다. 터널 한 쪽 끝에 강자성체(자기장에 강하게 자화되는 물질. 보통 철이나 니켈 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로 된 투사체를 놓고 첫번째 코일에 전류를 지지직 흘려줍니다. 전류가 흐르는 코일에는 도넛 모양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이 투사체를 한쪽으로 끌어당깁니다.

이런 모양.
자기장의 힘으로 투사체가 앞으로 나아가면 첫번째 코일이 꺼지고 두번째 코일이 켜집니다. 이 두번째 코일이 다시 투사체를 조금 더 앞으로 끌어당기고, 투사체가 두번째 코일이 있는 곳에 다다르면 두번째 코일이 켜지고 세번째 코일이 켜지고...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 코일 배열의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투사체가 고속으로 가속되는 겁니다.

이렇게...
이때 코일이 켜지고 꺼지는 타이밍은 매우 정확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력현상(履歷現象 : Hysteresis - 백과사전 참조)때문입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앞쪽의 코일의 자기장이 가속되던 투사체를 다시 잡아당기기 때문에 속도가 감속됩니다. 그래서 코일에 전원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는 컴퓨터로 정확히 조절해 주죠.

뭘까요?
어디서 보신 분도 계실 지 모르겠지만, 저것의 이름은 가우스 건(Gauss Gun)입니다. 여러 가지 게임이나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죠. 그런데 사실 가우스 건은 코일건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코일건의 원리로 이용되는 전자기 효과에 대한 수학적 공식을 정리한 사람이 유명한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인데, 그 공을 기려 가우스 건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지요.

요는, 이 블X자X사의 스X크X프X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마X라는 유닛의 가우스 건은 순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코일건도 레일건처럼 병기에 응용할 수도 있지만, 평화적 용도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매스 드라이버(Mass Driver)라고 하는 것입니다. 요 전 디스커버리호 발사때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우주로 물체를 보내는 것은 대단히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입니다.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지 많은 점검을 거쳐야 하고, 발사했을 때는 비싼 돈 들여 대기오염 엄청 시키는 로켓을 써서 들인 돈에 비해 얼마 되지도 않는 제한된 중량의 물체만을 우주로 보낼 수도 있죠. 지금이야 뭐 수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렇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이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매스 드라이버입니다.

매스 드라이버.
매스 드라이버는, 쉽게 말하자면 무척 크고 무척 긴 코일건입니다. 길이만 해도 긴 것은 몇십 km에 육박하는 대형 시설이죠. 이걸 어디다 쓰냐고요? 간단합니다. 이걸로 물체를 우주까지 '쏘아'버립니다. 시설이 커지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거야 지금의 우주기지보단 낫고, 돈도 로켓 연료등과 기타 부수비용 들 것 없이 전기료만 내면 되고, 로켓 한 번 쏠때마다 거창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필요한 만큼 계속 쏠 수 있으니(그렇다고 연사는 아니고, 간격이 매우 짧은 거죠)훨씬 좋습니다. 거기다 무공해라 쏠 때마다 환경단체에게 빈축을 살 일도 없으니 금상첨화죠.

우주왕복선의 1단 고체로켓부스터. 2단계의 액체로켓부스터는 몰라도 저건 따지고 보면 다 매연입니다.
아직은 개선점이 많아 실용화되지 못하고 연구소 등에서 실험적으로 제작하고 있지만, 실용화된다면 여러 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건 자명한 일이겠지요.
코일건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만들기 간편하고 필요하면 소형화시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복잡한 것 필요 없이 코일과 전류 공급장치, 기타 부속품 등 일반인이 구하기 어렵지 않은 재료들로 제작이 가능하고(그래도 코일 타이밍의 조정 등 원리상으로는 꽤 복잡하므로 일반인이라도 손재주 없으면 소용없습니다)솔레노이드 코일도 조그맣게 만들어 쓸 수 있기 때문에 줄이고 줄이면 권총 크기까지도 줄어듭니다.

권총형 코일건. 중량 3kg(권총치곤 무겁지만 뭐...), 전체 길이 30cm, 1발 발사에 6초 소요.

사용된 발사체. 레일건 것 보다는 좀 탄환 티가 납니다만... 이외에도 심을 넣은 것 등 꽤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다는 다른 코일건. 무게 1.1kg에 크기도 훨씬 컴팩트한 게 더 권총에 가깝습니다. 전원도 레일건의 무지막지한 공급장치도 필요 없이 흔히 보는 니켈 카드뮴 AA 사이즈 충전지 6개로 동작합니다.

타겟으로 사용된 깡통. 엉망이군요. 거기다 코일건은 발사시에 소리도 안 납니다. 다만 문제는 한 발 쏜 뒤 충전하는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겁니다. 이 쪽은 25초나 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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