Ω 벗은 채로 겨울을 나는 김영갑 갤러리의 토우들
첫눈이 일찍 내렸다. 매서운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다. 목을 있는
대로 깃 속으로 움추리다가 문득 벗은 채로 있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마당의 토우(土偶)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옆 작은 소나무 밑에 묻혀
이들을 걱정할 루게릭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영갑 사진 작가의 핏기 없는 얼굴까지도….
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인물상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사람의 형상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생활용구, 집 등을 본떠 만든
것을 총괄해서 일컫기도 한다. 고대에 토우가 만들어졌던 목적은 장난감으로서의 것도 있겠지만, 주로 주술적인 우상(偶像)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후에는 또 무덤 안에 바쳐진 죽은 자의 부장품(副葬品)으로도 만들어졌다.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토우에는 특히 여성상이 많다. 이러한 여성상은 얼굴이나 세부 표현은 극히 간략하고 여성의 특징인 유방과 엉덩이, 허리 등을 과장한 나체상이 많은데, 이는 여성의 생식 능력과 토지의 생산력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여성의 생산성을 신성시하던 지모신숭배(地母神崇拜)의 주술적 행위를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Ω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씨의 글
중에서
제주도의 역사는 바람과 싸워온 투쟁의 역사이기에 눈물과 한숨의 역사이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한라산은 일년 내내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크고 작은 바람은 온갖 생명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사람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식량 한 톨 얻을 수 없다. 초가집의 추녀는 돌담보다 낮다. 굴뚝은 마당 가운데 빗물이 스며들지 않을 만큼의 높이다. 부엌도 육지와는 전혀 달랐다. 육지에서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다니지만 제주도에서는 등에 지고 다녔다. 먹고 입고 잠자는 것이 육지와는 사뭇 달랐다.
어느 하나에 진득하니 몰입하지 못하고 방방곡곡 바람처럼 떠돌았다.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을 어쩌지 못해 전국을 떠돌다가 바람 타는 섬, 제주에 정착했다. 제주의 바람에 홀려 20년 동안 바람을 쫓아다녔다. 동서남북, 섬 중의 섬, 바람 지나는 길목에서 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처럼 풀처럼 시련을 온몸으로 견디며 세상을, 삶을 느끼려 했다. 아니 제주도를 이해하려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시련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Ω 미친 사람들 / 이생진
- 마라도 15
마라도에 오면 왜 미치는가
김영갑은 마라도에 미쳐
결혼을 포기했고
서울을 포기했고
고향을 포기하고
파도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이번엔 사진기가 바다에 미쳐
마라도를 떠나지 않는다
밤엔 마라도 전체가 미쳐 깜깜한
하늘에 뜬 별
발 밑은 모두 위험한 절벽인데
밤에도 미쳐 헤맨다는 것은
여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서울 어느 골목에
이런 유괴가 있을까
마라도에서는 서울보다 하늘이 가깝고
희망보다 절벽이 가까워서 꿈이 많다
하늘로 가고 싶은 꿈이 많다
Ω 토우송(土偶頌) / 윤정구
한 줌 흙이었던 내가
푸른 울음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천하만물 중에
그나마 사람의 형상으로 빚어진 덕분이었네
어둠 속에서 얼마인가를 울다가
조심스럽게 둘러보니
영화를 누리던 나의 주인도
그가 아끼던 소중한 것들도
모두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네
무겁고 단단했던 것들은 삭아서
가벼워지고
정다운 것들 예쁜 것들 모두 흙이 되어가고 있었네
그걸 무언경(無言經)이라던가
어둠 속에서 수없이 피고 지던
푸르고 붉은 꽃들
누군가는 그것을 욕망의 꽃이라 하고
누군가는 인간의 욕망만큼 모질고 독한 아름다움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덧붙였지만
허망한 것은 탐욕뿐이 아니라고
천년의 세월 지나며
모든 것 힘없이 스러지는 것 다 보아낸 해맑은 얼굴
환한 햇빛 아래 붉은 뺨
또랑또랑 눈 반짝이고 있는 토우들
♬ 아름다운 사람아 / 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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