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히 닫혔던 문빗장 열고 흐트러진 대지 빗살무늬 나무껍질 속으로 천천히 그가 오고있다 혼자 앓고난 자리 그 축축한 뇌관 사이로 무디고 무딘 쓸쓸함이 홀연히 남아 이름뿐인 너 키작은 설레임으로 젖은 그리움의 몫을 다듬고있다 야윈 목줄기 자꾸만 감겨오는 옷자락 가느다란 빗줄기에 섞여 허탈한 바람이 남기고 가는 계절 내음 더이상 출렁이지 않는 물소리 다독이며 흰 꽃봉오리 둥글게 눈뜨고있다 창은 거기 그대로 하늘을 담아내고 물길속에 서서 자꾸만 잠겨드는 여린 나목들 감추어둔 빗방울의 노래가 흠뻑젖은 마음까지 차 오른다 평온하게 흔들리는 창너머 말갛게 씻긴 단비가 손금같은 줄기마다 잎을 세울때 허허로운 나무들 사이 흰 목련의 날개처럼 사랑 다시 피어 환해지려나 창밖을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