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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얼굴

*설향* 2007. 5. 13. 14:51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