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침대
이종순
키가 큰 남편의 발은/ 침대 모서리와 나란히 잔다.
한 겨울 미동 없이 잠든 보일러
몸을 태워 데워진 열기가 새어 나갈까봐
무의식중에도 이불을 끌어다 콧구멍을 막는다.
들려진 이불 밑으로
조각 빵 사이에 끼워진 타다 말린 계란처럼/
까칠하게 삐져나온/ 남편의 발바닥이 시려 보인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살겠나!
병원 갔다 오는 길에 거금을 들여 돌침대를 샀다.
인부들이 틀을 짜고/ 돌을 내려 놓는
웅엄한 모습이/ 하관하는 석관 같았다.
36.5℃를 맞추고 플러그를 연결하니
낙엽, 조개껍데기, 사슴 등
이미 가버린 육체들의 비명이
모락모락 흙냄새로 피어나고
녹슬었던 물길을 따라 혈이 보인다.
내가 기억하지 않았던 그 옛날
떼어 내지 못할 연으로
굳어진 이야기들이/ 정을 통하며 /
꿈길을 밟고 올 것 만 같아
흐르는 세월 여기쯤에
아직은 식지 않은 내 육신을 함께 눕힌다.
산소향
2007년 2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