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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설향* 2007. 4. 12. 09:56


마지막 편지 / 안도현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집 창문이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모든 것을 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돌아앉아 몸을 떠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말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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